김세윤, 바른 신앙을 위한 질문들들
그러나 자유주의 신학 못지않게 근본주의 신학도 기독교 신앙을 왜곡하며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다. 근본주의 신학이란 성경의 문자적·율법적 해석에 기반을 둔 신학을 말한다. 한국 교회는 성경의 정신을 바로 알지 못하고 문자에 얽매여 율법적으로 적용하려는 근본주의 신학으로부터 성숙해서 나와야 한다. 성경의 권위를 떨어뜨릴까 봐 성경 비평을 꺼리는 근본주의 경향이 한국 교회에 팽배해 있다. 성경의 본문들이 그들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정황 속에서, 그리고 그 본문이 나타나는 책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또는 문학적 틀 속에서, 무슨 뜻을 가진 것인가를 고찰하지 않고, 그냥 그들만 뚝 떼어 기록된 문자대로만 읽고, 그것을 율법적으로 적용한다. 성경을 이렇게 읽는 사람들은 성경의 가르침을 깊이 이해할 수 없어 기독교 신앙을 통해 겨우 전래된 교리 몇 가지를, 그것도 그 뜻을 깊이 새기지 못한 채 몇 가지 ‘하기’와 몇 가지 ‘안 하기’를 실천하는 정도의 신앙생활에 머무르게 된다. 그런 사람들이 좀 더 포괄적이고 깊이 있는 기독교적 세계관과 가치관을 형성하고, 올바른 영성을 증진하며, 이 세상에서 예수의 제자도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성숙한 신앙생활을 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한국 기독교인의 수가 그렇게 많고, 그들 중 상당수는 세상적으로 보면 상당한 수준의 지성을 갖추고 영향력 있는 지위에 오른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근본주의적 신앙으로 인하여 기독교적 정신과 윤리를 나타내지 못하고 세상에 대해 주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힘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이다. 즉 ‘소금과 빛’ 노릇을 못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성경의 본문들 몇 개를 임의로 뽑아 서로 짜맞추어 역사적 기독교 신앙과 어긋나는 새로운 교리를 만드는 이단들의 밥이 되기 쉽다. 그런 이단들이 성경 본문들을 들이대면서 그렇게 만들어 낸 자신들의 교리를 설명하면, 평소 성경성경을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도록 가르침 받고, 성경의 본문들을 그저 문자적으로, 율법적으로만 읽도록 훈련된 사람들은 그들의 교리를 거부하기가 어렵다. 그 교리가 이단들이 제시하는 대로 과연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쓰여 있는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단들은 성경을 전혀 모르는 불신자들이 아니라 근본주의적 교회에서 성경을 근본주의적으로 읽도록 훈련된 그리스도인들을 노린다. 그리하여 얼마나 많은 한국의 성도들이 이단들의 제물이 되고 있는가?! 한국 교회의 강단을 돌아볼 때 성경의 문자적, 율법주의적 해석과 함께 알레고리적 해석의 경향도 여전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목사들은 성경에 대한 문자적인 해석과 알레고리적 혹은 영해적(靈解的)인 해석, 이 양 극단을 편의에 따라 왔다 갔다 하면서 해석하고 설교한다. 과거 한국 교회는 알레고리적 설교에 치중했다. 목사들이 전문적인 신학 교육을 받으면서 그것은 상당 부분 극복되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이와 함께 한 가지 덧붙여 지적하고 싶은 문제점은 한국 교회의 예화 중심적 설교의 문제다. 목사가 성경 몇 구절들을 읽고는 그것을 강해는 하지 않고, 온갖 그럴듯한 예화들, 때로는 본문과 아무런 관련성도 없는 것들, 또 때로는 조작된 인상을 주는 것들을 줄줄이 늘어놓는 설교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알레고리적 설교나 예화 중심적 설교도 목사들이 결국 신학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하여 성경을 올바로 해석할 능력을 습득하지 못한 데서 오는 것들이다. 목사들이 감동을 주어 (한국 개신교의 언어로 말하자면, ‘은혜로워서’) 삶을 변화시키는 설교를 하여 성도들이 참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다’고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깊고 바른 영성 위에 성경을 제대로 해석하는 능력과 신학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갖추어 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