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절] 나를 기다리신 분

오늘,
이상스레 역사의 시작부터
한걸음씩 발자국을 내딛는
작은 아이의 모습이 어른거립니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내게 오기 위하여
희망의 노래를 속삭이며
나를 기다리신 분

내가 알기 전부터
내게 닿기 위하여
사랑의 가슴을 열어놓고
나를 기다리신 분

어둠 속에서
동터올 새벽을 맞이할
이 계절은,

하여 나의 기다림의 때가 아니라
당신의 기다림의 시기입니다.

 

[출처] 이해인, 나를 기다리신 분

송년시

2014년을 보내면서 이해인 수녀의 시를 읽어봅니다.

 

송년시

이해인

하늘에서 별똥별 한 개 떨어지듯
나뭇잎에 바람 한 번 스쳐가듯
빨리 왔던 시간들은
빨리도 떠나가지요

나이 들수록 시간은 더 빨리 간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어서 잊을 것은 잊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며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어요

목숨까지 떨어지기 전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눈길은 고요하게 마음은 뜨겁게
아름다운 삶을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충실히 살다보면 첫새벽의 기쁨이
새해에도 항상
우리 길을 밝혀 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