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절 마지막 주간에 안도현 시인의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준다는 것
안도현
이 지상에서 우리가 가진 것이
빈 손밖에 없다 할지라도
우리가 서로 바라보는 동안은
나 무엇 하나 부러운 것이 없습니다.
그대 손등 위에 처음으로
떨리는 내 손을 포개어 얹은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스스럼없이 준다는 것
그것은 빼앗는 것보다 괴롭고 힘든 일입니다.
이 지상에서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바친다는 것
그것은
세상 전체를 소유하는 것보다
부끄럽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대여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남에게 줄 것이 없어
마음 아파하는 사람을 사랑합니다.
그는 이미 많은 것을
누구에게 준 넉넉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