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2장

하나님은 아담과 고용 계약을 맺으셨다

하나님은 아담을 창조하시고 하나님을 대신해서 이 세상을 다스리는 ‘대리통치자’로 삼으셨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일방적으로 아담에게 이런 일을 지시하신 것이 아니라 ‘계약’을 맺고 임무를 맡기셨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의 성품에 대해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계약의 의미

‘계약’이라는 말을 들으면 뭔가 제약이 생기는 것 같아서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계약이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계약은 당사자들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하게 해 주기 때문에 의견이 엇갈릴 때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대리통치자’의 역할을 맡기시면서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고,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은 하나님이 얼마나 선한 분이신지 알려줍니다. 먼저, 하나님이 아담과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근거를 알아보겠습니다. 그 근거는 호세아서에 있습니다.

호 6:7 그들은 아담처럼 언약을 어기고 거기에서 나를 반역하였느니라

 

호세아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아담처럼’ 언약을 어겼다고 말함으로써 아담도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증언합니다. 그렇다면, 아담과 하나님이 맺은 언약은 무엇일까요?

그 내용은 창세기 2장에 나와 있습니다.

창 2:16-17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이르시되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

 

계약을 맺고 일을 시키신 하나님은 좋은 분이시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은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계약도 안하고 혹은 계약에도 없는 횡포를 부리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님은 아담에게 얼마든지 갑질을 할 수 있었지만, 공정한 계약서를 쓰고 그 한도 내에서 임무를 주셨습니다.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명확한 계약서를 쓰고 일을 시키는 것은 그가 매우 훌륭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봄봄’이라는 소설에서는 자기 딸을 주겠다는 불명확한 약속을 내세워서 무료 봉사하게 만드는 장인이 나옵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계약서가 없어서 제대로 된 항의조차 못합니다.

하나님은 자신이 창조한 인간에게도 계약을 맺고 일을 시키셨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계약이 왜 중요한 지 알아야 합니다. 계약이 중요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계약자의 인격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명백한 계약은 강자의 횡포를 막고, 약자를 보호합니다. 따라서, 강자가 명확한 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약자의 피해를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월한 위치에 있으면서 명확한 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그의 인격이 매우 고매하고 훌륭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둘째, 독립적인 인격으로 대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강아지나 고양이를 자기 마음대로 데려다가 키우지만 계약을 맺지 않는 이유는 그것들을 독립적인 인격으로 대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 인간을 독립적인 인격으로 대우하지 않으셨다면 계약을 맺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아담과 계약을 맺으셨고 이것은 하나님께서 아담을 독립적인 인격으로 대우하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셋째, 법적인 관계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법적으로는 남남입니다. 즉,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따라서, 친구가 갑자기 떠나도 그를 붙들어 둘 수 없고, 그의 삶에 개입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계약 관계라면 다릅니다. 합법적으로 붙들어두고 그의 삶에 개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내와 남편은 서로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고 마음대로 떠나지 못하게 붙들어 둘 수 있습니다. 또 운동 선수들도 구단과 계약이 끝나지 않으면 마음대로 다른 구단으로 옮길 수 없습니다.

이렇듯 하나님과 아담이 맺은 계약은 하나님과 인간을 남남이 아닌 관계로 이끌었습니다.

 

계약의 의미

하나님과 아담이 맺은 고용 계약의 내용은

  1. 권리 : 아담은 에덴 동산에서 자기 재량대로  마음껏 행동할 수 있으나
  2. 의무 : 선악과는 먹으면 안된다

는 것이었습니다. 비유하자면, 편의점에서 종업원에게 “편의점 물건을 마음껏 사용하되 금고 안에 돈은 훔치지말라”고 계약을 맺은 것과 같습니다.

아담은 어린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창세기 3장에서 사단이 감히 아담에게 선악과를 먹도록 강요하지 못하고 뱀으로 변신해서 유혹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아담은 사단보다 능력있는 존재였습니다.

따라서,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먹은 것은 호기심에 못이긴 아이가 부모님의 말씀을 어긴 것같은 유치한 행동이 아니라 고용 계약을 맺은 성인이 자기 행동의 결과를 알고도 약속을 어긴 것과 같습니다. 아담은 선악과를 먹으면 자신이 ‘대리통치자’ 자리에서 해고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3장에서 아담은 선악과를 먹었고 ‘대리통치자’에서 해고되었습니다. 이제 실업자가 된 아담은 하나님이 주신 ‘복’을 잃고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게 됩니다.

 

새로운 계약 ‘그리스도’

우리는 하나님과의 계약을 지키는데 실패한 아담을 보면서 새로운 계약을 맺으실 예수님을 기대하게 됩니다. 아담의 모습은 과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나님과의 계약을 맺었지만 그 계약을 지킬 수 없는 연약함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계약을 성공적으로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