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진다고요? 걱정할 일은 따로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미래에 로봇,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소프트웨어와 자동화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걱정합니다. 미국의 일자리 절반이 20년 안에 자동화 때문에 사라질 거라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고요.

하지만 단순한 작업을 기계가 대신하는 일은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상당 부분 이미 일어난 일이죠. 오늘날 제조업에 종사하는 미국인은 전체 인구의 8%로, 50년 전에 비해 이미 3분의 1로 줄어들었습니다. 건설업, 광업, 농업과 같이 몸을 써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도 전체의 6%에 지나지 않습니다. 20세기 초반만 해도 미국인의 상당수가 몸담았던 분야인데 말이죠. 오늘날 미국인 대다수는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기계에 의한 자동화가 서비스업 종사자를 대체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소비자가 인간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호하며, 다른 인간과의 교류를 중시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의 바리스타가 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할 수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커피 자판기는 오래 전에 등장한 물건이고, 조금만 기술을 손 본다면 나머지 메뉴를 판매하는 기계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스타벅스가 바리스타를 전원 해고하고 자동 판매기를 설치할까요? 아닙니다. 사람에게 커피를 주문하고, 사람이 만들어주는 커피를 받아서 마시는 일련의 과정이 스타벅스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경험”의 핵심이니까요. 70년대에 비디오테이프라는 물건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수 많은 사람들이 요가나 에어로빅 강사로 밥벌이를 하며 살아갑니다.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는 것과 자신의 거실에서 TV 화면을 보면서 운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의 가치 가운데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바로 편의성입니다. 스타벅스 건너편에 또 다른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는 농담이 있을만큼, 스타벅스는 점포수를 늘이는데 역량을 모았습니다. 소비자들이 언제든지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식료품점도 비슷한 전략을 택했습니다. 오늘날 미국의 식료품점은 80년 전에 비해 50배나 많은 품목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 십년 간 바코드를 비롯한 여러 점포 운영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식료품점은 이런 기술을 활용해 취급 품목수는 그대로 두고 인건비는 줄이면서 오히려 물건 값을 내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식료품점 업계는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오히려 취급 품목수를 크게 늘였습니다. 물건의 가격이 전체적으로 조금 비싸도 한 가게 안에서 선택의 폭이 크게 넓어지는 것을 소비자들이 선호했기 때문입니다.

제조업의 경우, 공장이 자동화되면 공장주는 비용이 절감되어 좋고 소비자는 물건값이 내려서 좋습니다. 하지만 서비스업의 경우 “자동화”란 일부에만 국한되고 종종 소비자에게 오히려 일을 떠넘기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자동응답 고객 상담 서비스를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기계 음성이 시키는대로 수 많은 번호를 눌렀는데 원하는 서비스는 받지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와 처음부터 통화를 시작해야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대형 마트에 도입된 셀프 계산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끔찍한 일이겠지만, 숙달된 판매원 대신 어설프게 바코드를 직접 찍는 일이 더 괴로운 사람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대부분 점포에서는 계산원을 셀프 계산대로 전면 교체하지 않고 있는 이유죠. 어쩌면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이 계산을 해주는 서비스가 귀한 것이 되어, 고급 상점에서는 오히려 셀프 계산대를 쓰지 않는 현상도 생겨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길 일이 없으니 기뻐하면 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일자리를 자동화시킴으로서 발전해왔다는 것입니다. 20세기에 걸쳐 우리는 인구의 20%만이 제조업에 종사하면 사회 전체의 물질적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머지 80%는 서비스업에 종사하게 되었죠. 앞으로도 우리 경제가 계속 발전하려면 이제는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노동집약적인 분야에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웨이트리스가 어느날 갑자기 서빙을 두 배로 하거나, 교사 한 명이 두 배로 많은 학생들을 돌보는 일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발전이 있지만, 대대적인 발전은 아닙니다. 식료품점이 취급하는 요구르트의 종류가 늘어난다거나, 병원의 환자 기록이 전산화되는 식이죠. 이런 상황에서 경제 성장은 어려운 과제가 되었고, 성장을 측정하는 것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요구르트 선택지가 5개에서50개로 늘어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그것의 가치가 얼마나 되느냐를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같은 비용으로 요구르트 생산량을 20% 늘였다”는 식의 성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죠.  (복스)

[출처] 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 뉴스페퍼민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